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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人災(인재)를 한탄하다.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다산, '천재지변보다 인재가 더 무섭고, 탐관오리의 학정 재난보다 더 가혹하다'고
등록날짜 [ 2015년06월12일 14시49분 ]

1801년 겨울에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 정약용(1762-1836)은 1808년 봄에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1809년과 1810년 연이어서 전라도 지역은 흉년이 들었다. 백성들이 굶주리고 큰 소요가 일어났다. 아낙들은 쑥 죽으로 끼니를 때웠고, 유랑민들이 길을 메웠다. 지아비는 아내를 버리고, 어미는 자식을 버렸으며 버려진 아이들이 길거리에 즐비하였다.  

이런데도 탐관오리들은 사태를 수습할 생각은 전혀 안하고, 탐학만 일삼았다. 귀양 중인 다산으로서는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다산은  평소에 아는 승지 김이재에게 편지를 보내 실정을 알렸다.

정약용은 김이재에게 보낸 편지의 대강은 이렇다.

 지금 호남 일로(一路)에 근심스러운 일이 두 가지 있으니, 그 하나는 백성들의 소요이고, 또 하나는 관리의 탐학입니다. 무주ㆍ장수 사이에는 풀밭에서 노숙하는 자가 산골짜기에 가득하고 순창ㆍ동복 사이에는 유민(流民)이 길을 메웠으며, 연해(沿海)의 여러 마을에는 촌락이 텅 비어 있으니, 한마디로 흉흉합니다.

이러한데도 수령들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감사(監司)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백성들이 두려워 근심하고 있는데도 안위(安慰)하지 않고 일로(一路)가 소요한데도 진무(鎭撫)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탐학과 악행을 할 뿐입니다.   


 또한 다산은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채호(釆蒿), 유아(有兒) 같은 시 6편을 썼다. 이 중에서 교맥(蕎麥)은 조정에서는 메밀종자를 나누어 주도록 영을 내렸는데도 그 영은 시행하지 않고서 엄한 형벌로 백성들에게 빨리 심으라고 독촉만 하는 현령(縣令)을 풍자한 시이다.

이어서 정약용은 흉년인데도 탐학만 일삼는 아전을 고발하는 <용산리> · <파지리> · <해남리>등 3리 三吏 시를 지었다. 마치 당나라 시성 두보(712-770)가 <신안리> · <동관리> · <석호리>  3리 시를 지었듯이. 

1810년 여름에  다산은 파리를 조문하는 글(弔蠅文 조승문)을 지었다.
이 시기에 파리가 극성하여 온 집안에 득실거리고 산과 골짜기까지 가득하였다. 술집과 떡 가게에 구름처럼 몰려들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우레 같았다. 사람들은 온통 파리 잡기에 나섰다. 

이에 다산은 “아! 이 파리들은 굶주려 죽은 자의 변신이다. 애처롭게도 지난해 큰 기근을 겪고 또 겨울의 혹한을 겪었다. 그로 인해서 염병이 돌게 되었고 게다가 가혹한 징수까지 당하여 수많은 시체가 길에 널려 즐비하였고, 그 시체를 버린 들것은 언덕을 덮었다. 수의도 관도 없는 시체에 훈훈한 바람이 불고 기온이 높아지자, 그 피부가 썩어 문드러져 그것이 변해 구더기가 되었고, 이 구더기가 날개를 가진 파리로 변해  민가로 날아드는 것이다. 아! 이 파리가 어찌 우리의 유(類)가 아니랴. 너의 생명을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이에 음식을 만들어 널리 청해와 모이게 하니 서로 기별해 모여서 함께 먹도록 하라.” 하고 조문 글을 지었다.

다산의 ‘파리 조문 글(弔蠅文)’은 세상의 재난을 아파하면서 부패한 사회상을 풍자한 글이다. 다산은 천재지변보다 인재가 더 무섭고, 탐관오리의 학정(虐政)이 재난보다 더 가혹하다고 하였다.   

 
요즘 ‘정부의 무능이 메르스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국민은 불안하고 생업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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