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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항로드(ROAD) 탐방에 올라 4회

종오소호 정신으로 자신과 싸우며, 임금과 백성을 위해 선비정신의 강항 선생의 우국충정
등록날짜 [ 2022년12월28일 11시57분 ]
  2022. 11. 18(금) 맑음     
 야와마하마항- 벳부항- 텐진 시내 관광- 숙소
 
 6시 30분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8시 버스에 올랐다. 오늘은 시코쿠에서 규슈로 건너가는 날이라 버스와 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호텔에서 야와타하마항으로 가는 동안 가이드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일본, 일본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말이라 귀 기울여 들었다. 
 
 평소 생각에 일본은 일부 위정자들로 인해 각인된 역사로 나쁜 나라 이미지가 강하지만, 일본인은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 국민은 근면 성실하고 친절한데, 일본이란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않고 자국(自國)의 국수주의(國粹主義)와 이기주의에 함몰되어있다는 생각에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은 정말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해악(害惡)을 많이 끼쳤다. 끊임없는 왜구의 노략질과 살상, 임진왜란, 정유재란, 35년간 침략 강점, 수많은 문화재 약탈 등 실로 거론조차 힘들 정도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직도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조선의 처자들을 겁탈해 말이 좋아 위안부라 칭하고 이러한 위안부에 대한 진실한 사과조차도 없는 실로 뻔뻔한 민족이다. 더 나아가 우리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겨댄다. 동해 7광구 개발을 미루고, 자기네 쪽에 유리하도록 시간을 끌고 있다. 

 
 반면에 일본 사람들은 참으로 검소하다. 길거리를 지나는 자동차만 보아도 그들의 검소한 생활 태도를 알 수 있다. 모두가 경차를 타고 다닌다. 우리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데도 고급 승용차를 선호한다. 또 아주 색다른건 일본의 어느 장관은 25평대 아파트에서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회 지도층의 모범적인 자세는 이처럼 본받을 만 하겠다. 

 일본인들은 참으로 친절하다. 식당, 박물관, 쇼핑센터 등을 방문했을 때 그들은 정말 친절하게 손님을 대한다. 인사를 어찌나 잘하는지 손님인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일본은 세계적인 장수국가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장수국가 반열에 올랐지만, 일본은 진작부터 오래 사는 민족으로 자리했다. 왜 그들은 오래 살까? 나는 딱 두 가지라 생각한다. 첫째가 부지런한 생활 태도다.

우리나라 어른들은 일찍부터 오래 사는 비결로 ‘다동소식多動小食’을 들었는바 우리는 그걸 제대로 실천해 오지 못했었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근면한 생활 태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다음으로 일본인들의 강한 절제력이다.

절제력이란 극기심이다. 즉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뜻한다. 먹고 싶은 것도 적당한 선에서 자제하고, 분에 넘치는 걸 억지로 쟁취하려 하지 않는 자세를 말한다. 다시 말해 일본인들은 몸과 마음에서 지나친 욕심을 버리기에 장수국가 소리를 듣는 거란 생각이다.  
 
 불현 듯 어제 야시쿠타니(약사암) 계곡에서 호텔까지 가는 시간의 버스안 여흥이 생각난다. 강대의 단장은 여행단을 참으로 노련하게 이끌었다. 답사지 이동 중 버스에서 친교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 한 사람씩 앞에 나가 자신을 소개하고 여행에 임하는 자세를 말할 기회를 주었다. 나는 윤순거 선생을 소개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계층의 답사단원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수은 강항 선생은 어떤 분인가?’라는 전제 아래 강항의 모든 걸 이해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강조해 말했다. 
 
 강 단장은 여흥 시간도 마련했다. 예향 빛고을 출신들답게 멋들어진 창과 타령이 이어졌다. 어깨춤이 절로 났다. ‘어영 나영’ 가락이 합창으로 불러졌다. 참으로 흥이 많은 분들이다. 우리가 ‘안마도 도주安馬島 島主’로 부르는 분은 아주 신명이
 많은 분이셨다.
차내 분위기를 리드하는 역할을 자청했다. 그는 안마도에서 태어나 지금은 광주에서 생활하지만, 곧 안마도로 귀향에 멋진 삶을 이어갈 거란다. 
 

이번 여행에서 강대의 회장에 대한 참모습을 알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강 회장은 수은 강항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분이란 생각이다. 강항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바로 세우고 빛내기 위한 일에 열정을 다 쏟고 있음을 느꼈다. 
 
 수은 강항하면 동토 윤순거를 빼놓고 논할 수 없을 것이란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동토 직손인 내가 할 일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여 좀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공부해 강항 선생 현창 사업에 보탬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강 회장의 바람이 모두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그 바람은 내 바람이기도 하니까. 
 
 
 야와타야마항에서 뱃부와 텐진시내
 호텔에서 한 시간 반 걸려 버스는 야와타하마항에 도착했다. 우와지마 운수의 훼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배는 대형버스를 싣는 대형 선박이다. 당연히 선박 내에 각종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책을 꺼내 읽었다. 3시간의 긴 항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 위한 방편이었다. 책을 읽는 틈틈이 갑판에 올라 바람을 쐬곤 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바람 한 점 없어 파도 없는 뱃길이라 다행이었다. 나는 깊고 깊은 바다를 응시하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끼적여 보았다. 
 
  누가 바다를 푸르다 하였는가?
  그건 틀린 말이다.
  파도를 보아라.
  흰 포말을 토해내지 않는가.
  바다가 푸른 건 
  용왕님한테 뺨 맞은 자국이다. 
  진중하지 못하고 하 촐랑대기
  참다못한 용왕님이 화낸 표식이다. 
  바다야 본 모습 찾거라.
  아무 때나 촐랑대지 말고 
  인간이 무사 항해하도록
  언제나 흰 모습으로 조용히 있거라.
 
 벳부항에 도착해 바로 식사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동안 일본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가졌다.  벳부는 유황 냄새 가득한 온천 도시다. 벳부에는 원천만 3천여 개가 넘는다니 가히 온천 천국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벳부에는 지옥 순례란 말이 있단다. 사람이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열기 내뿜는 온천을 순례하는 코스가 있음에서다. 사람들은 온천욕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일본 사람은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몸에 좋다는 온천욕을 언제나 맘껏 즐길 수 있어서. 그러나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한 지층 구조를 가진 일본보다는, 안전한 우리 한국이 훨씬 좋다고 본다. 
 
 ‘흔하면 천하다’고 했다. 일본의 북 규슈는 온천이 지천으로 널려있으니, 여기 사람들은 온천이 그리 귀한 줄 모를 것이란 생각이다. 우리네야 어쩌다 한 번 찾는 온천이 되다 보니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무한정 온천수에 몸을 담그지만, 현지인은 우리네 샤워하듯 간단히 하고 말 것은 분명하다. 
 
 일본 사회에 ‘백년회’란 모임이 있단다. 창업 100년 이상 된 기업체 사장 모임으로 1만 명이 넘는단다. 이는 일본은 가업 승계가 아주 자연스레 이루어진다는 걸 말해준다고 본다. 도쿄대 입구에 유명 우동집이 있는바, 거기 3대 사장이 도쿄대 출신이라니 우리로선 놀랄만한 일이다. 
 
 일본의 이런 현상은 허례허식을 지양하고 실질을 추구하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 같으면 서울대학교를 나온 사람이 아무나 하는 우동집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입방아에 오를 일이다. 그러나 일본 사회는 가능하다. 그게 민족성의 차이인 것이다. 
 
 버스를 타고 지나며 창밖을 내다보아도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주택이 있으니 분명 사람이 거주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왜 바깥출입을 즐겨 하지 않을까? 사색을 즐기는 민족이라서일까? 집에 할 일이 많아서일까? 우리 예전 농촌엔 사랑방 문화라는 게 있었다.

주로 한가한 농한기에 저녁 먹고 사랑에 모인다. 짚단 축여서 나온 이는 새끼꼬고, 서울 갔다 온 사람은 바깥세상 이야기 들려주고, 심지어 이야기책 읽어주는 마을 전기수까지 있었다. 재수 좋은 날은 제삿밥까지 얻어 먹고, 동동주 몇 잔에 취기까지 느끼며 집에 오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런 문화는 유지되고 있다. 마을마다 경로당이니, 노인회관이니 하는 이름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농촌 마을은 어디고 입구에 정자가 세워져 있어 농번기 쉼터 역할까지 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우리가 일본 사람보다 더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생각했다. 
 
 여기 사람들은 혼잡을 즐긴다는 걸 들었다.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혼자 먹어야 편히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사람은 어울려 사는 동물인데,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혼밥을 하면 치매에 걸리기 쉽다’ 하는 말이다. 또 현대사회 문제 중 하나로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단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게 순리인데, 혼밥을 즐긴다고? 
 일본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수저가 아닌 젓가락을 사용한다. 밥이고 반찬이고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다.

그러면 국물은 어찌 먹는가? 국그릇을 들고 마신단다. 우리 생각에서 보면 점잖지 못한 행동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고개를 숙여 수저로 국물을 떠 마시는 한국 사람을 보고 ‘왜 개처럼 먹느냐?’며 오히려 우리를 흉본단다.

이런 것들은 문화의 차이다. 말이 다르니 생각이 다른 것이고, 생각이 다르니 행동도 다르게 되어있다. 따라서 우리는 세상을 나만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서로 같음이 있으면 다름이 있음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를 선도하는 선도국가 국민으로서 성숙해지려면 말이다. 
 
 버스는 후쿠오카시 텐진 지하상가에 우릴 내려주었다. 나는 강남주 선생과 함께 상가를 거닐며 우리와 비교를 해보았다. 한 마디로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다. 지하에 갖가지 상품을 파는 가게가 죽 늘어서 있기, 우리나라 대도시 어디서고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다만 우리보다 공간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우리는 가게가 너무 밀집돼 있어 복잡한 느낌인데, 여기 일본 텐진 지하상가는 보도도 넓고 가게의 상품 진열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특별히 살 물건은 없지만, 가게에 들어가 이모저모 살펴보았다. 강 선생은 한 서점에 들러 일본 역사소설을 구입했다. 강 선생은 한문 외에 일어도 정복을 한 것 같았다. 그러한 실력이 바탕이 되어 역사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나는 10여 년 전 교직에서 퇴직한 후에 학자이신 문중 어르신을 찾아뵙고, 선조 문집 독해 위해 한자 공부를 하겠으니 가르침을 달라 부탁했었다. 문중 어르신께서는 그 복잡한 공부를 왜 하려 하느냐며, 그냥 건강이나 챙기며 살아가라 했다.

이제 와 생각하니 크게 후회되는 부분이다. 만약 그때 그 각오로 한학 공부에 열정을 쏟았다면 지금쯤 웬만한 고서(古書)는 뜻을 헤아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쇼핑을 끝낸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라 식당으로 갔다. 오늘의 식당은 한식이다. 모처럼 우리 음식을 먹게 돼 기대되었다. 삼겹살, 상추, 된장국, 오징어젓, 닭튀김, 잡채, 숙주나물 등이 나왔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셈이다.

식사 중 옆자리 여자 회원이 상추를 더 부탁했다. 상추를 가져온 종업원이 상추 값이 오천 원이라 했다. 일본은 기본 찬 외에 추가로 요구하는 반찬은 값을 치러야 함을 실제로 체험하게 되었다.
 
 삼겹살이 있으면 응당 소주가 따르게 마련인 게 우리 문화이지 아니한가? 주변 일행이 소주를 시켜 마시며 내게도 권했다. 그러나 나는 전립선암 수술 환자로 아직도 후속 치료 중이라 금주 상태였다.

정중히 사양하고 삼겹살을 먹으니 술 생각이 나 삼겹살 맛도 반감이 되었다. 역시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란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소주 없이 먹는 삼겹살이 제 맛을 낼 리가 없었기에 말이다. 
 
 강항 선생은 1597년 10월 오즈성에 도착해 1598년 8월 오사카로 떠나기까지 10개월간 에히메현에서 살았다. 나는 그 과정을 살펴보며, 강항 선생의 아픔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종오소호 정신으로 자신과 싸우며, 임금과 백성을 위해 헌신하려 끝까지 노력한 강항 선생의 우국충정을 가슴에 담아보려 노력했다.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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