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마술사로 불리우며 한국 추상화의 대가로 잘 알려진 고(故) 전혁림 화백의 영결식이 29일 경남 통영시 문화마당에서 유족과 문화예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통영예술인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에서는 남해안 별신굿의 '진혼굿'을 시작으로 고인에 대한 묵념, 헌다, 약력소개, 조사, 추도사, 조시낭독, 고인의 생전 육성,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장례위원장인 정해룡 한국예총 통영지부장은 조사에서 "오늘 우리는 통영이 낳은 한 위대한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인, 전혁림 선생을 우리 곁에서 영원히 떠나보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 모두의 자랑이자 버팀목이셨던 전혁림 선생이 백세 때까지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시기를 간절히 바랬던 저희들의 염원이, 저희들의 갈구가 비바람에 꽃잎 지듯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오늘 전혁림 선생의 서거에 싱그러운 오월의 신록도 그 찬란한 빛을 잃었고 통영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도 울음을 삼키고 있으며, 선생이 생전에 그토록 좋아하시던 통영바다와 그 파도도 옷깃을 여미고 이곳 강구안 문화마당으로 달려와 삼가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선생의 작품마다 그 밑바탕은 눈이 시린 코발트 블루의 고향 통영바다가 있으며, 그 바다는 언제나 선생에게 지칠 줄 모르는 지적 호기심을 가져다 주었고 미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 원동력이었다. 또한 그 바다는 선생께서 눈을 감으실 때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도록 해 준 에너지의 원천이었다"며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라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추도사를 대독한 김이환 수원 이영미술관장은 "전혁림 선생은 통영의 하늘, 바다와 함께 영원하리라 믿었는데 이렇게 빨리 붓을 놓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통영의 바다와 하늘을 통해 예술혼을 불태웠다. 선생은 한국 화단의 전설이며 신화였다. 부디 편히 잠드소서"라고 말했다.
이군현 국회의원은 "아쉬움에 만감이 교차하며 한국 미술계의 큰 별이었던 전혁림 선생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선생은 통영의 신화이며 자랑이었다. 바다의 화가로 지역사회 스승이자 어른으로 한세기 고향 통영을 지켜왔다. 통영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윤이상, 박경리 선생 등 벗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남은 우리는 선생이 남긴 위대한 작품과 업적을 기억하고 오래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성 통영문인협회장은 선생께 바치는 조시에서 "'구십, 아직은 젊다'면서 망백(望百)에도 활화산 같은 창작혼을 불태우시던 통영문화협회의 마지막 산 증인이 이제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 한려수도의 물결을 잔잔히 잠재우고 있군요. 피안의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으로 우리 시대를 앞지르는 예술가이시기에 백수(白壽)를 훌쩍 넘기시라고 두 손 모아 빌었는데 생과 사의 이별 앞에 서고 말았군요"라고 말했다.
또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한국화단의 거목이 저 먼 하늘나라에서 또 다른 색채의 마술을 펼쳐 보이려고 통영의 쪽빛 바다를 훌훌 떠나셨나요. 색의 고유성 존중과 조화있는 사용으로 통영의 바다와 하늘을 대변하셨던 전혁림 화백님. 통영의 큰 별을 흠모하며 이제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숙연한 마음으로 화백님을 보내오니 부디 명복을 누리옵소서"라고 밝혔다.
헌화와 분향을 끝으로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작품활동을 하던 전혁림미술관에 들른 후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동부 양화마을 선산에 묻혔다.
고(故) 전혁림 화백은 1916년 통영시에 태어나 통영수산학교에서 타고난 그림 재질을 나타내면서 졸업한 뒤에 독학으로 수채화와 유화 그리기를 지속했다. 1945년 유치진,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윤이상 선생들과 통영문화협회를 창립해 통영지역의 문화예술 창달을 도모했다.
1951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서양화부에 '정물'이 입선됐으며, 부산의 다방 '밀다원'에서 제1회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통영의 '호심다방'에서 이중섭, 유강렬, 장윤성과 4인 작품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다양한 활동과 전시회를 개최했던 전혁림 화백은 지난 4월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아들 전영근 화백과 함께 '아버지와 아들 동행 53년'이라는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개최했다. <굿데이뉴스 제공>
고 전혁림 화백의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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