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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이 시간, 민정당은 잠실체육관에서 노태우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태우는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으므로 국민의 이름으로 무효임을 선언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직선제로 헌법을 개헌해야 합니다!”
1987년 6월 10일 오전 10시 전두환 군부독재정권과 민주정의당은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노태우를 대통령후보로 선출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서울 명동성당 종탑 위로 잿빛 승복을 입은 스님이 올라섰다. 그리고는 목 놓아 외쳤다.
당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상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지선스님이었다. 쏟아지는 최루탄 속에서도 스님은 독재타도와 호헌철폐, 직선제 개헌을 외쳤다. 스님의 그러한 활동의 바탕에는 1984년 광주 문빈정사에서 창립한 ‘무등민족문화연구회’와 <무등>지가 있었다.
지선스님이 수행하고있는 광주 무등산 문빈정사가 과거 발행했던 <무등>지 31권을 묶어 통권을 내고 오는 10월 1일 오후 2시 문빈정사에서 기념범회를 봉행한다.
<무등>지는 1980년 광주민주항쟁과 10.27법난을 겪은 후 1984년 지선스님을 중심으로 구성된 ‘무등민족문화연구회’가 발행한 회보.
1984년 5월 8일 발행된 <무등> 창간호에는 문병란 시인의 ‘민중불교를 위한 기획-실천적 불교사상을 위한 제헌’이 실렸다. <무등>지는 비록 20여 쪽 안팎의 작은 회보에 불과했지만 기존 언론들은 물론 일부 교계언론까지도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을 당시로서는 ‘민중불교’와 ‘실천불교’를 주제로 한 파격적인 글들이 실렸고 적지 않은 이들이 돌려 읽고 실천을 모색했다.
또 문빈정사로 김지하, 문병란, 송기숙, 홍남순, 백기완, 고은, 신용하 등 재야인사를 초청해서 강연회를 열었다.
그런 까닭에 이번에 발간된 <무등>지 통권에는 ‘역사와 민족과 함께한 불교 민주화운동의 기록’이란 부제를 붙였다.
발행인 지선스님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살아남은 자들이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록해야 한다”며 “그래야 이 자리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어떻게 뜨겁게 실천할 지를 알 것이며, 올바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빈정사는 “<무등>지의 발간은 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불교 교리의 사회화와 깨달음의 사회화를 가장 먼저 주창했으며, 민주·통일·인권투쟁이 불교적 공(空)사상의 구체적인 실현으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