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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국회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해

내년 예산안에 대해 국회 심의를 앞두고 ‘먼지가 되어’ ‘개헌 폭풍’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등록날짜 [ 2016년10월25일 12시53분 ]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 국회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하지만 ‘개헌’이라는 얘기를 꺼내자마자, 예산안 시정연설이라는 본뜻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가수 김광석과 이윤수가 불렀던 노래처럼 ‘먼지가 되어’ ‘개헌 폭풍’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시정연설문 내용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봤다. 그러나 몇 쪽을 읽기가 힘들었다. 몇 번을 쉬었다가 겨우 일독(一讀)을 마쳤다. 한숨이 나왔다.

예산안 시정연설이라면 정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안에 대해 국회 심의를 앞두고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 예산안 통과를 좀 더 매끄럽게 이끌기 위한 것 아닌가. 하지만 시정연설문은 여당의원들조차 설득하기 힘들 만큼, 아니 설득은커녕 반감만 키울 만큼 자화자찬, 그리고 ‘단임제’ 탓이라는 변명과 핑계로 점철돼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경제는, 서민들이 하루를 살기가 어려워진지 오래됐다. 3%를 밑도는 성장률에 이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마저 비틀거려 내수·수출 함께 힘겹다. 청년실업이, 노인빈곤, 양극화를 얘기하기도 입 아프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드물게 3년 연속 ‘추경’을 꾸려서 겨우겨우 나라 경제가 돌아갔고, 서민들 입에 겨우겨우 풀칠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를 안 보인다는 점이다.

성장을 메우기 위한 건설경기 부양 탓에 집값,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가계빚이 1천300조원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빚 갚을 돈조차 없으니 옷 한 벌, 밥 한 끼 사먹을 돈이 없어 내수는 부진의 챗바퀴만 돌고 있다. 적게는 두 세 배 많게는 열 배까지 오른 생활물가 배춧값에 김치도 못 먹는다.

책임지고 추진하는 사람이 없는 산업구조조정은 말만 요란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조선·해운 구조조정에만 31조원 든다고 염장을 지른다. 오죽했으면 서민들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들어놓은 생명·손해보험마저 깨서 올 상반기에만 보험해지 환급금이 14조7천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을까.

세간에는 요새 경제 모양새를 20년 전에 빗댄다. 노동개혁 실패와 한보사태 등 경제 위기에 대통령 아들 비리까지 터져 ‘IMF 외환위기’를 맞은 김영삼(YS) 정권 말과 너무나도 비슷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아니다. 그때보다 더 심하다.

당시는 최순실, 우병우, 차은택 같은 ‘동시다발적 비리 의혹’은 없었다. 청년실업이라는 말조차 안 나왔다. 가계빚도 적었다. 전셋값이나 집값도 덜 비쌌다. 북핵 위협도 없었다. 중국이 돈과 기술로 국제시장에서 우리를 넘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결론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는 지금 한 개그 프로그램 단막극 이름처럼 ‘빼박캔트’ 상황이다. 빼도 박도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사상 처음 400조원이 넘어선 예산안의 엄정한 심사에 힘쓰는 것이 먼저다.

무엇보다 서민들과 사회경제적 약자들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예산인지, 경제 상황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 되는 예산인지, 혹여 실제 쓰일 돈보다 많이 책정된 것은 아닌지, 안 써도 되는 돈인지를 명확하게 가릴 것이다. 그래서 20대 국회의 첫 예산안 심의가 국정감사처럼 ‘물 국감’, ‘호통 국감’, ‘갑질 국감’과 비슷한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제대로 된 예산 심의는, 사실 국회만으로는 힘겹다. 사회단체, 일반 시민들도 자신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꾸려지는 내년 예산안 심의에 귀찮을 정도로 참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실행하는 ‘좋은 국민’의 선례를 남기는 것은 어떨 지 국민들께 진심으로 여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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